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赤紅 자살로그 | 달에서 다시 만나자.

별묭 2025. 9. 26. 19:41

사실은 달이 아니여도 좋아.

나의 달은 그 무엇도, 누구도 아닌 너란다.

너가 나의 신이란다...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ㅡ낮은 곳으로 이정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것이었다.

 

나의 가족아, 가족아..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하고 귀한 혈육아.

네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어버린 것은 나의 업죄였다.

 

우리는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나

같은 날 같은 시간을 살아왔다.

나는 너의 절반이요.

너는 나의 모든 것인데

내가 어찌 너와 함께 떠나지 않을 수 있을까?

 

우리가 도착할 그 곳이 달이여도 좋고 바다여도 좋고 황천이여도 좋다.

그 어디라도 좋다.

 

너와 함께 할 수 있다면 내 무엇을 못하겠느냐

나의 반아. 고운 반쪽아. 밉고 사랑스러운 나의 달님아.

 

ㅡ가자, 가보자. 네가 말하는 달로

네가 원하는 달로..

 

그 끝이 파멸이라도 난 너를 따라갈거란다.

내 귀한 동생, 귀한 아이야.

 

우리의 결말은 예상하였단다.

같은 날, 같은 시에 태어난 우리는 기어이 같은 날, 같은 시에 시들어버린다.

 

그걸로 족하다. 족해...

네가 그것을 원한다면 난 귀도 손도 혀도 눈도 코도 잃어도 좋단다.

그러니 죽는 것 하나쯤 널 위해 못해줄까.

 

우리는 바다에 빠진다.

파도가 우리를 삼킨다.

....나의 절반아. 곱고 고운 나의 형제야.

 

다음 생에는 나보다 좋은 사람을 가족으로 두려무나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과 함께 살아가려무나

 

나보다 나은 형을, 현명하고 다정한 형제를 만나렴

 

난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단다.

 

애초에 이런 생에 따위 살아가고 싶지도 않았는 걸

 

 

난 그저 네가 행복하게 두 눈 뜨고 살아갈 그 세상의 작은 물고기 정도로 태어나면 좋겠구나.

집은 작은 어항이면 충분할거란다.

 

난 그저 내세에서 네 어항의 작은 물고기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ㅡ

 

 

 

 

ㅡ다시는 이런 끔찍한 사랑따위 하지 않게 말이지

 

 

 

아마 다시는 너희와 같은 풍경을 바라볼 수 없을거야.

너희의 앞으로의 모습 같은 건 알 수 없을테지.

너희를 이해 할 수도 없을거고 사랑하지도 못할거야. 조금은 후회가 되는 걸?

진작 너희한테 예쁜말만 해줄 걸 그랬어.

 

...우리는 지구로 돌아오지 못해.

 

기다려달라는 이기적인 말은 하지 않을게.

 

그러니 さようなら

 

마음껏 사랑하고 싶었던 세상도, 친구들도